번화가의 밤은 언제나 뜨겁고 분주했지만, 그날의 영업장은 어딘가 허전했다. 아가씨가 부족했던 탓에 방문한 손님은 어쩔 수 없이 가게 여실장과 술잔을 기울여야 했다. 가벼운 대화도, 흥겨운 웃음도 없었다. 무거운 공기가 흐르던 그 자리에서, 손님은 결국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법한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작은 동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저 지나칠 수 없는 마음에 얼른 손에 쥐고 계단을 뛰어올랐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니 차가운 겨울 공기가 맞아들었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 밤, 길 한복판에는 비틀거리며 걷는 한 중년 남자가 보였다. 그의 키는 눈에 띄게 컸다. 대략 185cm쯤 되어 보이는 그 장신의 남자를 향해 나는 뛰었다.
“키 큰 형님! 이거 두고 가셨어요!”
내 외침에 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놓인 작은 동전에 머물렀다. 나의 175cm급 작은 손에 올려진 500원이 마치 무언가 상징적인 물건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내려보다가 짧게 말했다.
“이거, 너 해라.”
그 한마디에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뒤돌아섰다. 얼굴에는 눈발이 마구 쏟아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황급히 달리던 나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멈춰 섰다.
“야! 일로 와봐라!”
다시 뒤를 돌아보니 그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에게로 달려갔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말했다.
“형이 현금은 이거밖에 없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5000원짜리 한 장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형님!”
깊이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지만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 더 있었네.”
이번엔 만 원짜리 지폐였다. 나는 다시 한 번 깊게 인사하며 말했다.
“조심히 가세요, 형님!”
번화가의 중심에서, 나는 뽀이 복장으로 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쓸 새도 없었다. 그저 손에 쥔 15500원의 감격과 첫눈의 설레임만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뽀이로서의 숙명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와 사람들 사이에서 짧게나마 교차하는 순간들의 집합이었다. 첫눈처럼 짧고 선명한, 15500원과 함께한 한겨울 밤의 이야기였다. 8/0/32.12
댓글 3
* 회원만 댓글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로그인
* 회원만 댓글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로그인
* 회원만 댓글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로그인